벌레소리 (시인: 성찬경)

성찬경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30


잠자면서
나는 다시 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벌레 음악의 장단이
느렸다 빨랐다 하며
출렁이고 있었다.
나는 깊이 가라앉았다
얕게 떠올랐다 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 가닥 실올이던 그 소리가
어둠의 사해(四海)에 합주로 번져
뭇 성좌(星座)가 일제히 빛을 터뜨리듯
빛났다.
나의 영혼도 따라 빛났다.
이때 나는 아름다운 나그네였다.
벌레의 대위법의 흐름은
먼 길이었다.
그 아득한 끝에 초생달 같은
하늘의 문이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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