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 네루다 시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대양이 잠긴 그대 눈동자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저쪽 가장 높은 횃불에서는
나의 고독이
몸을 삐쳐 훨훨 타오르고 있다.
난파선의 사람처럼 팔을 휘두르며 훨훨 타오르고 있다.
너의 초점 없는 눈을 향해
빨간 신호를 보내 본다.
등대가 서 있는 해안가에 밀리는 물결처럼
너의 눈은 사뭇 파도를 인다.
그대는 내가 경원하는 여자
그대만이 홀로 암흑을 간직하고 있나니,
그대 시선은 가끔 공포의 해안을 침수하는도다.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그대의 대양안을 흔드는
그 바다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밤에 우는 새들은
첫 별들을 쪼아 먹는다.
그대를 사랑할 때 나의 영혼처럼 반짝이는
첫 별들을 쪼아 먹는다.
밤은 그의 음기를 떠는 암말을 타고
들판을 달린다.
푸른 이삭들이 흩날리는 들판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