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정타령

박상옥
앨범 : 휘몰이잡가

병정타령 - 박상옥
남의 손 빌어 잘 짠 상투 영문 (營門)에 들어
단발 (斷髮)할 제
상투는 베어 협낭 (夾囊)에 넣고
망건 (網巾)아 풍잠 (風簪)아 너 잘 있거라
병정복장 (兵丁服裝) 차릴 적에
모자 쓰고 양혜 (洋鞋) 신고
마구자 실갑 각반 (脚絆) 치고
혁대 군랑 (軍囊) 창 (槍)집 탄자 (彈子) 곁들여 차고
굴 화총 (火銃) 매고 구보 (驅步)로 하여 가는 저 병정아
게 좀 섰거라 말 물어 보자
우리도 부모은덕 (父母恩德)에 글자나 배웠더니
문필은 사마천 (司馬遷) 왕휘지 (王羲之)에 지내가고
외관양풍 (外觀樣風)은 이태백과 두목지 (杜牧之)요
소진 장의 (蘇秦 張儀)의 언변 (言辯)이라
만고재사 (萬古才士) 장자방 (張子房)과
제갈량 (諸葛亮)의 지혜 (智慧)로다
항우역사 자룡용맹 (子龍勇猛)에 지내가고
대순 증자 (大舜 曾子) 효심이며
용방 비간 (比干) 충심이라
언충신 행독경 (言忠臣 行篤敬)은
주색잡기 (酒色雜技)에 호승 (好勝)하고
보국강병 (報國强兵) 충심 (忠心) 가득하니
내 칠척오촌 (七尺五寸)이 분명하다
각국 총장 (各國 總長) 모신 곳에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찾아 가서
이내 몸이 상사불견 (相思不見) 기지사경 (旣至死境)
시각대변 (時刻大變)이라고 전하여 주렴
우리도 저 접때 갑오 을미 (甲午 乙未) 동학란 통에
이내 몸이 병정되어 나라에는 본 (本)이 되고
일가 (一家)에는 남이 되고
일신 (一身)이 수족 (手足) 되어
매일 (每日) 사홉이작 (四合二勺)
한달이면 육원오각 (六圓五角)
일년이면 칠십팔원 (七十八圓)에 몸이 매어
장령 (將令)이면 수화 (水火)를 불피 (不避)하고
사차불피 (死且不避)로다
아침이면 체조 (體操)하고
낮이며는 충의 (忠義) 두자 (二字) 정심 (正心)하고
저녘이면 군가 (軍歌)하고
한달 육차 (六次) 입직 (入直)들고
새새 틈틈이 육군예식 (陸軍禮式) 내무사 (內務事)며
보병조전 (步兵操典) 국어 산술
나팔 (喇叭) 까지 졸업하는 몸뚱이라 전 (傳)할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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