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 때 심황후께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부친이 오시지 않으니 슬피 탄식 우는 말이,
(진양)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불상허신 우리 부친 상볼헐가 바랬드니 어찌 이리 못 오신고 당년 칠십 노환으로 병이 들어서 못 오신가. 부처님으 영검으로 완연이 눈을 뜨셔 맹인 중으 빠지셨나. 내가 영영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허시다 이 세상을 떠나셨다. 오날 잔치 망종인디 어이 이리 못오신고
(아니리)
이렇듯 탄식허시다 예부상서를 또 다시 불러,
“오날도 봉사 거주 성명을 명백히 기록허여 차차 호송허되 만일 도화동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으로 모셔 오라.”
예부상서 분부 듣고 봉사 점고를 차례로 하여 나려오는디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 앞에 당도하여,
“여보시오 당신 성명은 무엇이요.”
“내 성명은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신다.”
하더니,
“어서 별궁으로 들어 가사이다.”
“아니 어찌 이러시오.”
“우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지 모르나 심맹인을 모셔 오라 하셨으니 어서 들어 가사이다.”
“내가 이리 될 줄 알았어. 아닌게 아니라 내가 딸 팔아 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나를 잡을 양으로 배설한 것이로구나. 내가 더 살어 무엇허리 내지팽이나 잡어 주시오.”
별궁으 들어가,
“심학규 대령허였오.”
심황후 살펴 볼제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헌게 부친 얼골이 은은하나 심봉사가 딸을 보낸 후 어찌 울었든지 눈갓이 희여지고 피골이 상접허고 산호주렴이 가리어 자세히 보이지 않으니,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 보아라.”
심봉사가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뚝뚝뚝 떨어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