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까마득해요
온전한 당신을 먹은 기억
여긴 날씨가 좋아요
이젠 별로 열도 안 나구요
도망쳐 온 하늘에는
새가 없어요
다다랐던 땅 위에는
그댈 닮은 것이 자라나요
한 알, 한 알 때다가
입에 넣고 혀를 굴려봐요
달아 빠진 듯해도
어딘가 썩은 것만 같아요
오도독! 오도독!
혀를 씹을 만큼 삼켜도
내 안에 똬리 튼
검은 구멍 짙어만 지네
그래도 좀처럼
멈출 수가 없어 난 그래
오늘도 제 발로
기어들어 간 작은 지옥
한참을 떨어진 것 같은데
바닥은 어디?
마치 천 번쯤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
자꾸만 천해지고
거듭되어 거절되고
애꿎은 입가만
붉게 물들어
아무리 씻어내도
지워지지를 않아요
좀 더 무리해서
더럽혀줘요
들어와 줘요, 끝을 주세요
머리가 새까만 짐승의
고기는 먹는 게 아니라 했다
그렇게 사람이 된다면
차라리 난 귀신이고 싶어라
한참을 떨어진 것 같은데
바닥은 어디?
마치 천 번쯤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
끝이 없는 끝을 내게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