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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두 손 느린 걸음에
마음은 느슨해져만 가네

어느새 높게 자라난
무성한 기억의 수풀
이리저리 그 사이를 걷네

지나가는 동네 길고양이
잡을 수 없는 지난 날처럼
쏜살같이 사라져
그 누구도 위로 못 할
이 마음 속을 헤매이네

어디로 가는지
알아도 달라질 건 없네

어느새 높게 자라난
무성한 너의 기억에
비틀비틀 그 사이를 걷네

파도같던 그 한마디 속에
모든 걸 잃고 스러져 버린
그 순간이 떠오르면
별수 없이 밀려오는
이 아픔 속을 헤매이네

무심한 척 걷는 이 길 위에선
흘러내리는 눈물 따위
티내진 말아야지

그 누구도 위로 못 할
이 마음 속을 걷고 있네

헤매이네 떠오르네 또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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