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김민기


강변에서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깨마다 퀭한 두 눈마다
빨간 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 건너 공장의 굴뚝엔 시커먼 연기가 펴 오르고
순이네 뎅그런 굴뚝엔 파란 실오라기 펴 오른다
바람은 어두워 가고 별들은 춤추는데
건너 공장에 나간 순이는 왜 안돌아 오는걸까

높다란 철교 위로 호사한 기차가 지나가면
강물을 일고 일어나 작은 나룻배 흔들린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저어라 열여섯살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저어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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