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이장우



살아있는 건 창백하게 빛나는 편의점 불빛 달빛도 숨죽인 불변의 거리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뜨겁게 서로를 안고 끝이 없는 밀어를 속삭이지만
아침엔 이름도 잊을 채 돌아서들 가겠지 밟히듯 스쳐 지나가는 인연
왜 사람들은 세월이 가면 적당히 타락을 할까 왜 그렇게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순수를 못 견디게 될까
어쩌면 나도 조금씩 물이 들듯 닮아가는 건 아닌지 그러려니 하며 산다는게 두려워
오늘도 밤은 길기만 한데
그녀를 잃고 웃음을 잃은 내게 모두 똑같은 말을 해
시간이 흐르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건 무뎌지게 될꺼야
왜 사람들은 지난 일은 다 어린 탓이라고 할까 왜 그렇게 가슴이 아니라 생각만으로만 사랑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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